돛을 걷고 둥그스름 선미에 깃발을 늘어뜨린 배 한 척이 조류를 타고 다가왔다. 그 배는 기괴했으며 실로 누구에게든 공포감을 자아내는 신비스런 배였다.(중략) 배의 기항지는 영국人 정착지로 버지니아 식민지의 제임스타운이었다. 배는 교역을 하고는 곧 가버렸다. 아마 현대사에서 이보다 더 놀라운 화물을 싣고 온 배는 없을 것이다.
배의 화물이 무엇이었냐고? 20명의 노예였다.
- 손더스 레딩, J. Saunders Redding, 1906~1988, 작가
백일몽 그 여섯 번째 꿈...이 플레이어 됩니다.
블랙골드 (00:30:50~00:40:29)
“저희 회사를 생각해보세요. 계속 규모가 커졌잖아요. 저희 회사 회장님이 출연했던 영상이 생각나네요. 그가 말했었죠. 지금 저희 회사가 20챕터로 된 책이라면, 지금 3~4챕터를 읽는 거라고요. 그때 저는 저희 회사가 얼마나 더 확장될지 궁금했었죠. 규모가 커진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삶이 바뀐 게 놀라워요.”
세계 최대 다국적 커피전문점인 한 회사의 시애틀 매장의 매니저는 이와 같이 말합니다.
커피의 교역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후죽순 들어서던 각기 다른 커피전문점이 교차로 네 모퉁이를 하나씩 점할 정도로 우리 삶은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커피 한잔을 들고서 거리를 다니면서 바람과 따사로운 볕을 즐기는 사람이 눈에 띄게 보일정도로 커피는 한 잔 이상의 여유를 현대인에게 안겨주고 있지요.
다큐멘터리 <블랙골드>는 이 커피전문점 매장 매니저의 인터뷰 이전에 커피 원두 생산지인 에티오피아의 농부를 인터뷰합니다. 20년 동안 커피를 재배해온 그는 커피생산은 곧 자신의 가족의 생계입니다. 커피나무가 완전히 자라기까지는 4년의 시간이 걸리고, 5년째 되어야만 커피나무는 적절한 원두를 맺게 된다고 하지요. 상품으로 제대로 된 가치는 5년째 수확물부터인 셈입니다. 1kg당 8~11센트, 커피 원두 1kg은 커피 80잔을 만들 수 있는 양 입니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면서 현대인의 삶을 변화시켰는데, 풍성해진 커피의 소비에 비해 최근 몇 년간 이 커피 농부의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은 커피 이외의 농사를 하지 못할 만큼 익숙함을 동반하였고, 세계적인 커피 열풍에 비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현실은 농부들로 하여금 식량자급자족 능력마저 떨어뜨리면서 정작 생계를 위한 식량은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커피원두 생산지는 적자에 허덕이게 만들었지요.
에티오피아의 농민은 자신의 희망을 말합니다.
“원두 1kg당 57센트만 받아도 삶이 훨씬 나아질 거예요. 1달러나 2달러 이상이 아니라 57센트만 받아도 삶이 바뀌는 거라고요.”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땅을 맨발이 아닌 신발을 신고 다니길 원합니다. 자신의 아이들이 칠판과 의자가 제대로 갖추어진 학교에서 교육을 받길 원합니다. 자신의 아이들이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있길 원합니다. 자신의 자녀들이 교육받길, 신발을 신고 다니길, 옷을 제대로 입고 다니길, 깨끗한 물과 음식을 먹고 탈 없이 자라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휘황찬란한 광고로 사람을 유혹하는 기호상품을 사기 위해 ‘57센트만 받아도’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기본적인 삶, 자신은 힘들지만 자신의 아이들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 가난의 땅에 일찍부터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길 바라는 것 뿐 임을 마음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커피 가격은 커피 생산지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런던, 뉴욕 등 선물 거래소에서 커피를 사두었다가 이익을 남기고 되팔기를 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들이 노예제도가 자취를 감추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주십시오. 내리쬐는 뙤약볕 밑에서 또는 빗줄기 속에서 수백만의 농부들이 여러 달 동안 힘들게 노동한 대가로 얻는 상품의 가격이, 에어컨이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농부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볼 필요 없이 컴퓨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노예제 페지 이후) 방법만 바뀌었습니다. 흑인들은 이제 앤틸리스 제도나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는 배에 강제로 실리는 일은 없어졌으니까요. 그들은 자기 땅에 머물러 살 수 있죠. 하지만 그들이 자기 땅에서 흘린 피와 땀에 대해서 런던이나 파리, 뉴욕에서 값을 매깁니다. 노예상인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노예상인들은 주식투기꾼으로 모습만 바꾸었을 뿐입니다.”
다국적 커피매장에 갔다가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사들인다는 홍보물을 세심히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그 회사가 구입하는 커피 원두의 한자리 수 비율 정도의 양, 그러나 그 양은 총량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양이기에 그 자체만으로 홍보를 하면서 이벤트까지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PR의 힘이겠지요.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공정무역으로 구입한 원두를 따로 구분할 필요 없이 그 회사가 구입하는 전체 원두를 다 공정무역으로 사들이면 더 나은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