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곽경택
출연 : 유오성, 장동건, 서태화, 정운택, 김보경
절대 성장지향주의에 사로잡힌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자의였는지..타의였는지 무시무시한 힘이 지독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도록 이끌어 간다. 꾸준한 고속성장을 목표로 내세우고, 속도전의 승리를 전제로 하는 사회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에 적합한 획일화된 기준의 잣대를 휘둘러 대면서 적정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이들을 도태시켜버린다. 다양한 기준을 부여하길 꺼려하는 사회. 나는 승자여야만 하고, 너는 패자여야만 하는 사회. 결코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없는 사회. 이러한 사회가 쌓아올린 업적-속도에 치어 조급하게 쌓아올린 것-들은 언제쯤 그 부실함을 드러낼까? 그 부실함이, 병폐가 치부를 드러내자 그 사회형성의 협조자였던 아버지들은 자신들의 자식을 손수 염을 해야하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아버지가 형성해놓은 사회의 부실함에 깔려죽은 아들. 먼저 이 사회를 등지며 떠나는 아들들. 그 모습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우리 넷 중에..삶의 색깔이 비슷했던 녀석 둘마저도...."
극장구경을 갔다가 휘말려든 패싸움. 똑같은 사건에 대한 결과를 학교측에서는 그곳만의 적절한 평가기준으로 네 명의 친구 중에서 적정수준에 도달한 두 친구-'상택(서태화 분)'과 '중호(정운택 분)'-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처분을 내리고, 나머지 두 친구-'준석(유오성 분)과 '동수(장동건 분)'-에 대해서는 일탈로 규정하고 추방시키고 만다.
추방된 두 친구 '준석'과 '동수'는 삶의 색깔이 비슷한 친구였다. 그들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뛰어넘고 싶은 벽 같은 존재였다. 그들에게 놓여진 벽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어린 시절부터 그들이 스스로 부여한 혹은 세상에서 부여된 과제물이다. 이들의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는 비슷한 듯 하지만, 그 성격을 들여다보면 그 본질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준석'에게 있어 뛰어넘어야 할 벽은 음지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아버지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들어가 있는 아버지의 세계로부터 탈출하고픈 것이다. 따라서 그는 살아가는 곳이 바다일 수밖에 없는 바다거북이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그러한 '준석'이가 같은 삶의 색깔을 지닌 '동수'보다는 공부 잘하고 평범한 가정에서 살아가는 '상택'에게 더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택'이 자신은 가지지 못한 것을 지닌 존재로 이상향이자, 동경의 대상이 되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결국, '준석'은 자신이 탈출하고팠던 그 벽이 펼쳐놓은 세상에 자신의 몸을 기대고 만다.

그러한 반면, '동수'에게는 마음속 상처를 받아왔던 근원지로부터의 벗어남을 의미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며 부르짖기만 할뿐인 사회에서 장의사가 직업인 아버지가 자신에게 어릴 적부터 계속 미쳐왔던 영향을 지금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그는 육지든, 물위든, 물 속이든 발붙일 수 있는 '조오련'-사람과 같은 존재였지만,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바다 거북이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장의사가 싫어서 자신이 스스로 택한 반항의 길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또 다른 벽을 만들어놓고 말았다. 자신의 눈에 빈약해 보이는 아버지를 대신해 선택한 친구 '준석'은 자신의 아버지, 혹은 형 같은 존재였지만, 그 역시 자신이 뛰어넘어야 할 벽이라고 스스로 느끼기 시작한다. 2인자 콤플렉스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우정은 조금씩 뒤틀려가기 시작한다.
"....삶의 색깔이 비슷했던 녀석 둘 마저도 또 다시 둘로 쪼개지고 말았다..."

오랜 시간을 두고 친하게 지내온 네 명의 친구들은 사회로 뛰쳐나와 각자의 길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어느 여고 축제에 찾아가 여고생 그룹사운드를 같이 바라보는 그들도, 극장을 향해 정신없이 뛰어가던 그들도 될 수 없었다. 한 명은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그저 평범하게, 다른 한 명은 이러한 사회를 발 한 치쯤 벗어나 유학의 길로, 나머지 두 명은 양지가 아닌 음지의 경쟁사회로 적을 두고서는 치열한 경쟁에 자신의 몸을 맡겨놓고 만다. 내가 승자여야 하고, 너는 패자여야 하는 논리에 사로잡힌 채 서로를 대한다.

마지막, '동수'를 죽인 죄로 복역중인 '준석'은 '상택'에게 자신의 죄를 인정한 이유를 대답한다. 도망자 생활 속에서도 유령처럼 찾아왔던 우정과 결코 떠날 수 없는 자신이 속한 세계의 논리를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언어선택 끝에 내 뱉는다..."쪽 팔려서"
글. 전준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