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여름, 7월이었던가
d'art회지 4호에 당시 오대남에게 연락이 와서 무엇을 써줘야할지 몰라하다가
사실상 짜집기에 가까운 글을 써주게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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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시작> 2000년 7월 d'art회지 4호
지하철을 탔다.
만화 <천재유교수의 생활>을 읽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앞에 한 여자가 울고 있는 것이다.그냥 눈에서 눈물만 흐르고,
그녀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피하기 위해 멀리 쳐다보고만 있었다....

"저 분이 왜 우는지 아십니까?"....
'유택'교수가 만화속에서 빠져나와서 내게 묻기 시작했다.
"슬퍼서"...
읊조리듯 내가 말을 뱉자 마자,'유택'교수는 말한다.
"슬프다는 것이 저 여인의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할 수가있는 것입니까?..
저도 이 나이에 깨달았습니다.
말로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아무리 언어를 바르게사용해도 인간의 마음을
전부 표현할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무엇에 관해서 '알았다' 라고 쓰는 것은피해야 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는 바닥에 놓여진 스포츠신문을 집어들어 읽는다.
거기엔 만화 <사랑해>가 있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있었다.....
'말 따위는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내 나라 말과 사소한 외국어를 배운 탓으로,
나는 그녀의 눈물 속에 멈춰선다'

영화 <애정만세>에서 8분여동안 울던 그 여인을 바라보면서
내가 왜 당혹스러워 했는지 느꼈다.
그것을 느끼려하기 보단 읽으려 했던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종로거리를 걸어간다.
부담스럽게도,
만화속에서 빠져나온 '유택'교수와 함께..
어느 극장앞을 지나가려다 보니 어느 단체에서 <거짓말>을
비난하면서 검찰고발을 하느니 한다.....
"저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되죠..".
"왜 그렇습니까?"...
"그건..표현의 자유를.."
.. 또 읊조리듯 말하자마자,
'유택'교수는 책 한권을 준다.
'앙리 메쇼닉'의 <모데르니테, 모데르니테> 였다....

"저 역시 이책을 다 읽지 못했지만, 여기에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논쟁은 지배와 힘 보존의 전략이고,사회의 기존질서를 유지한다.
하지만 비평은 논쟁의전략들과 의미를 알아내는 데 사용되는 전략으로,
사회를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꿰뚫는다.'..
라고 되어있더군요.
음란성이란 문제를 들고 공권력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논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표현의 자유라는 논쟁으로 맞설 필요가 있을까요?
방패를 앞세워 밀고들어오는 이들을 방패로 물리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방패를 뚫을 창이 필요하지요.
즉, 저기엔 논쟁이 아닌 비평으로 맞서야 할 겁니다.
비평이 필요한 시기지요"...
우리는(이런 어느새 난 이 영감과 함께 우리가 되어 버리다니....) <소나티네>를 보러 들어갔다.
이 영감이 만화속에만 있어서도 영화표 값이 두배가 되진 않을터이건만...
앞에 앉은 사람의 머리를 피해가며 영화를보고선..
'히사이시 조'의 음악에 빠져들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시작해도 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엔딩크레딧을 다 보고 오실겁니까?..
전 잠잘시간이다가와서 집에 가봐야 겠습니다."...
'유택'교수의 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입구방향으로 몸을 돌리는데,
엔딩크레딧 이후에 바닷가 화면이 나왔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요한 바닷가,
그 화면속에누군가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다시 영화가 진행될 것같은 정적인 모래사장,
그것은 마치 어릴적 읽었던 동화책 뒤에 첨부되어진 '독후감쓰기란'과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을 써야할까?..무엇을 그려넣어야 할까?..

"기타노 다케시.."..
"음악은 누가 했지요?"...
"히사이지 조...".
마치 스무고개를 하는 것처럼 이 영감은 영화에 대해서 물어본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이 영화는 어떻습니까?"...
숨이 막혔다.
무어라 말을 해야 잘했다는 말을 들을까? 어떤 멋진 말을 인용해야 좋을까?...
"좋았습니까?"...
"네...".
"왜 좋았습니까?"...
"그냥 아름답고...".
"그게 바로 당신의 의견입니다...당신은 당신의 의견을말했습니다.
그건 이미 과거에 기억한 다른 사람의 말이아닙니다.
당신 자신만의 언어인 것이지요..
자신의 언어가 있어야 남을 알 수가 있고, 남과 대화를 할 수가 있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가 있고, 또 언어가 생기는것이지요..
그럼으로써 당신의 지식이 비로서 의미있는것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 이제 자러가야겠군요"...
이 영감 자러갔다...
참고문(?) : 만화 "천재 유교수의 생활" - 카즈미 야마시타
서적 "모데르니테 모데르니테" - 앙리 메쇼닉
영화 "소나티네" - 기타노 다케시
만화 "사랑해" - 허영만, 김세영
영화 "애정만세" - 차이 밍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