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에 씀, 아무 연고도 없는 동국대학원신문 5월 3일자에 기고(?), 영화 <여자는 여자다>中 거울 보는 안나 카리나
당시 편집장인 지인 황균민양이 써달라고 하여 질질 미루다가 막상 마감 당일날에 써줌
제목을 뭘로 할까요...라는 질문에, 뺀질뺀질거리면서 결국 알아서 하라고 했던 기억만 남>
<거울의 거짓말>
고것들이 떼거지로 몰려왔다나 뭐라나.
2. 왜 진실만을 말한다는 거울은 왕비에게 충성하는 척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왕비님도 아름다우시지만, 백설공주가 더 아름답다’라니, 이건 ‘누가 이 세상에서 아름답냐’는 왕비의 나르시시즘 도달에 제동을 거는 것이고, 거울은 비추는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야 하는 충실한 원리를 배반하는 것이었다. 백설이의 얼굴을 들이밀다니. 의문점, 왕비를 질투심에 사로잡히게 한 힘은 진실만을 말하는 신념이 낳은건가? 거울은 왕비를 이용하여 백설공주 음독하기 위한 사주를 벌인 것이 아니었을까? 거울은 백설공주의 죽음 또는 왕비의 몰락을 통해 얻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동화를 읽으면서 의문이 생겼던 것이지만, 우리 집 거울은 묻는 말에 대답을 않는다.
시인 이상님의 거울이나 너(우리 집 거울)나 소통불능에 공감불통에 단절이다.
3. 영화나 소설에서 언급되듯 거울 속 허상이 또 다른 세계의 나와 똑같은 누군가라면, 나와 거울 속 허상이 두 세계를 살아가는 하나의 형태라면 어느쪽 의지에 의해 나는 움직이는 것일까?
처음 거울을 접하는 이에게 거울속 허상을 인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쉽게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동물들의 거울에 대한 반응을 통해서 볼수가 있는데, 거울에 대한 인식은 인간만이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오래전 예로 '삼국유사'에서 언급된 짝잃은 앵무새의 죽음 이야기가 있다.) 거울속 허상을 현재 내 모습의 반영으로 당연하게 여기는 현대인이야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면 동시에 왼손을 들이대며 끝끝내 소통을 거부하는 거울 속 허상의 행태에 더 이상 서운해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그만큼 거울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점점 더 망각하게 되는 것은 비춰진 내 모습이 진실된 반영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다. 내 자신이 오른 뺨을 내밀고 거울을 보노라면 거울 속 허상은 왼뺨을 태연하게 들이밀며 내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따지고 보면 거울은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청기백기 놀이에서는 절대 허용이 안되는 내 오른손과 거울 속 왼손은 같은 것이라 공식을 허하는 셈이다.
이러한 거울의 원리가 주는 거짓은 차치하고, 거울의 왜곡이 안겨주는 거짓은 입맛에 맞게 허용이 확산되는 듯 하다. 거울의 차이야 기껏 볼록, 오목만이 왜곡 거울의 전부인줄 알았지만, 평범한 거울에도 차이가 있는가 보다. 사회가 이미지를 중시하는 탓일까? 자신의 모습이 더 멋지고 이쁘게 나오면 왜곡된 이미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거울에 맹신하게 된다. 어느 거울이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입맛에 맞는 거울이 내 거울인 셈이다. 그리고는 거울이 제시하는 뻔한 거짓말에 속고, 또 속아주면서 따지지않고 살아가기를 행하는 셈이다. 점점 거울이 원하는 대로 사람들은 거울 앞에서 한번이라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자 한다. 사람들은 나르시시즘으로 향해가려고 발버둥치고, 윤동주의 자기반성의 거울이나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드러낸 자기성찰의 거울은 자기도취의 거울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그러한 까닭일까? 천천히 움직이는 것에 대한 불평을 해소하고자 거울을 놓기 시작했다는 엘리베이터의 거울, 건물 곳곳에 들어선 거울작용을 빵빵하게 하는 벽들, 지하철 역의 거대한 거울들, 사방을 둘러싸며 내 몸을 감시하는 듯한 거울은 그 자체만으로도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영화 속 거울들 속에 둘러싸인 이소룡의 모습처럼 노출되고 감시되는 듯한 느낌이다.
'넌 옷차림이 그게 뭐야' '넌 살 좀 더 빼'
'넌 피부가 그게 뭐야' '뭘 묻히고 다니는거야 칠칠맞게'
'이미지 좀 잘 관리해서 나르시스트가 되어보는건 어때'...
거울이 의미있는 것은 내 눈이 다른 모든 사물을 볼 수 있을지언정 내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거울이 가지는 힘은 거기에서 출발하고, 개개인의 이미지를 중시하는 시대에 날개까지 달았다. 거울만 들여다보던 왕비보다 거울 한번 보지 않던 백설이가 더 아름다웠건만, 이 시대에는 백설이보다 왕비가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인식될 듯 하니 말이다.
전준모(DVD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