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사부(SABU)-다나카 히로유키
출연 : 츠츠미 신이치, 오스기 렌, 호리베 케이스케, 토오야마 쿄코
인생은 무작정 달리기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이든지 어떠한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목표의 성격이 아니라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숨이 차 오르는 가운데, 두근거리며 느끼게 되는 희열이다. 즉, 지금 이 순간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며 달려나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달리기를 통한 깨달음을 전작 <탄환러너>를 통해 보여주었던 '사부'감독은 그 연장선상에 좀 더 대중적인 영화 <포스트맨 블루스>를 놓았다.
우편배달부가 야쿠자를 만나고, 킬러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단히 생각해서 우편배달 업무중에 이런저런 사람들 만나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 싶지만, 항상 오해는 숨을 쉬며 존재하기 마련이다. 보여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에도, 자신의 관점으로 한번 더 깊이 파악해보는 순간에도 인간이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오해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영화 <포스트맨 블루스>는 바로 이러한 오해 때문에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일상이 피곤하고 무료한 우편배달부 '사와키(츠츠미 신이치 분)', 그는 미래에 대한 꿈도, 과거에 숨겨진 집착도 없어 보인다. 현재의 그를 버티게 하는 것은 우편배달부라는 직업과 페달 밟으면 나아가는 자전거 한 대 뿐이다.
어느 날, '사와키'는 우편배달 중에 고교 동창 '노구치(호리베 케이스케 분)'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는 '짧고 굵게 살고자' 야쿠자의 길을 택하여 나름대로 과거를 부정한 채, 미래의 꿈을 지닌 듯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마약에 젖어 있어 암울해 보이고 보스에게 바치기 위해 잘라둔 손가락이 '사와키'의 우편물가방 속에 굴러 들어가 버려 미래조차 불투명해 보인다.

한편, 감시중인 '노구치'를 만난 '사와키'에 대해 경찰은 의심을 갖고 '사와키'를 감시하기 시작하고, 집으로 돌아온 '사와키'는 일상을 달래기 위해서 술을 마시고는 취기에 아직 배달하지 않은 편지들을 뜯어본다. 그리고 말 암기환자인 한 여자의 가슴아픈 사연의 편지를 읽고는 다음 날, 시내 병원을 돌아다녀서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사요코(토오야마 쿄코)', 죽음을 눈 앞에 둔 그녀에게 미래도 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때 자살까지 하려던 그녀가 스스로 깨우친 것은 현재가 중요하다는 것. 하루하루의 삶에 조그마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요코'를 '사와키'는 사랑하게 된다.
병원에서 만나게 된 또 다른 인물인 '킬러 죠(오스기 렌), 그는 몸 속에 있는 킬러(암세포)때문에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 남겨진 소망은 '킹 오브 킬러'의 오디션에 합격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그의 미래를 밝게 해줄 것 같지는 않다. 그에게는 과거만이 존재할 뿐이고, 다만 지난 과거의 화려함을 현재에서 보상받고 싶을 뿐이다.

결국, 야쿠자에 이어 킬러를 만나는 우편배달부 '사와키'의 모습에 경찰은 그의 집을 수사하여 잘려진 손가락과 '노구치'가 몰래 우편물 가방 속에 넣어둔 마약뭉치를 발견해낸다.
다음날, '사요코'를 오후 3시까지 만나러 가려는 '사와키'는 '마약운반책'이면서 '무질서형 1급살인 용의자'로 지명 수배되고, 이 사실을 알게된 '노구치'와 '킬러 죠'는 '사와키'를 돕기 위해 자전거 질주에 따라 나선다.
왜 사람은 항상 미래와 과거에 집착하며 사는 것일까?
미래가 좌절되어 버리는 순간 사람은 쉽게 과거에 집착하게 되기도 하고, 상기하기 싫은 과거를 가지게 되면 미래를 허술하게 꿈꾸기도 한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시공간이건만,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재라는 것은 과거로 유입되어 버리는 무의미한 것이라 느껴지는 순간, 사람들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충실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어쩌면, 그 현재라는 곳을 못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 남은 힘으로 '사요코'가 있는 곳으로 가려는 '사와키'는 자전거에 몸을 싣고서는 페달 한번 밟고 힘겨운 질주를 한다. 들리는 것은 바람소리와 시계소리뿐....
이미지와 사운드가 일순 중단되어지고, '사와키'의 질주도, 열정도, 사랑도 중단되고 만다.
글. 전준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