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雨)와 빨래집게
비가 내리면 마당에 있는 빨래가 걱정이던 시절
다양한 색을 지닌 빨래집게들이
주황색의 빨래줄에 널린 빨래감을 살짝 물었던 그 날에도
비가 내리면 집게들은 빨래줄을 물고서 축 늘어진 채 쏟아지는 비를 맞아야만 했다.
더러 엉겁결에 물은 입을 놓치 못한 빨래집게가 빨래와 함께
처마 밑 편상에 놓이기도 하지만
처연하게 비를 맞고 있는 동료들이 미안한지 빨래 속으로 자꾸 자꾸 숨어들었다.
요즘 여름날,
비가 거세게 몰아치기라도 하면
빗소리와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 창을 열어둔 채로 창밖을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창가에 놓여진 모니터가 걱정되어 뒤쪽을 보니 아뿔사,
모니터 뒷면에 수건을 씌우고, 두툼한 모니터를 빨래집게로 물게한다.
오랜 세월을 집안과 같이한 듯 두툼한 먼지를 안고서
이보다 훨씬 가늘던 빨래줄을 물던 기억을 뒤로하고
아구 아프게 모니터를 문 모습이 안쓰럽다
2010.여름, 빨래집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