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스님의 다비(茶毘:화장)식이 13일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분의 책을 찾았다.
1990년에 당시 신촌문고에서 1000원을 주고 구입한 범우문고 '무소유(無所有)'.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지난 몇 년 간 이 얇지만, 묵직한 책은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하나의 수필을 읽어가면서 스스로를 정화시켜나가는 포켓북이었다.
"일상이 지겨운 사람들은 때로는 종점에서 자신의 생을 조명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반복의 심화를 위해서."
- '종점(終點)에서 조명(照明)을' 경향신문 1970. 5. 30 : <무소유> 중에서
일을 하다 컴퓨터가 실행을 위해 멈칫거릴때마다 짬을 내어
이제는 구입한지 20여년이 되어 제법 책곰팡이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이 책을 읽어나갔다.
작업을 하는 어느 날 법정 스님은 떠나셨고, 그 소식과 함께 아무런 생각도 없이 책을 꺼내들어
다비식을 하는 시점까지 조용히 읽어나갔던 셈이다.
나의 작업이 끝나갈 즈음이면 다비식은 끝나지 않을까
두번을 연달아 반복하여 읽은 것은 여성동아 1971년 3월에 게재하셨던 '미리쓰는 유서'라는 글이었다.
근 40여년만에 이 유서는 법정 스님의 진짜 유언이 된 셈이다.
가진 것 없겠지만, 혹시라도 평생에 즐겨읽는 동화책이라도 몇 권 남는다면
신문배달 소년에게 전달해주고 싶다는 말씀과
다비를 했으면 한다는 말씀 그리고 사리는 절대로 찾지 않길 바라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미리쓰는 유서'의 마지막에 이르러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지금쯤 법정스님은 어린왕자가 살던 별 B-612로 가셔서 의자의 위치를 변경해가면서 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계시지 않을까? 어린왕자와 장미꽃이 여행을 떠나시는 법정스님을 반갑게 맞이해주길 바란다.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꼭 한 군데 있다. 어린왕자가 사는 별나라.
의자의 위치만 옮겨 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만 그 별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안 왕자는 지금쯤 장미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까.
그 나라에는 귀찮은 입국사증 같은 것도 필요없을 것이므로 가보고 싶은 것이다."
- '미리쓰는 유서(遺書)' 여성동아 1971. 3 : <무소유> 중에서












